출처 : http://bloggernews.media.daum.net/news/587782
출구조사 결과 이명박 후보가 50.3%의 득표수가 예상되는 가운데, '대통령 당선자'가 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를 인정할 수가 없게 됐습니다. 취임 후 '이명박 대통령'이 돼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다수결에 따른 결과인만큼 '인정할 수 없는 이유'를 구체적인 행동이나 선동(?) 등으로 드러내지는 않을 것입니다. 제 이야기는 "마음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유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선거' 이전에 '법적 처벌'부터…
이명박 당선자는 위장전입·위장취업 등으로 곤욕을 치룬 바 있습니다. 위장전입과 위장취업은 모두 현행법에 따라 처벌을 받아야 하는 행위입니다.
위장전입은 3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이명박 후보는 모두 17차례나 위장전입을 했다는 의혹이 있고, 위장취업은 이명박 당선자 본인이 "저의 불찰"이라고 인정했던 바 있습니다.
그리고 이명박 후보 소유의 빌딩 지하에 소재한 'ㅋ클럽'이 소위 '2차'로 통하는 성매매를 했다는 의혹도, 수사 한번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당선자 신분이 유력하며, 당선 후에는 취임도 곧 이루어질테니 수사가 이뤄질 리 만무합니다.
우리같은 평범한 서민들은 예비군 훈련 불참 벌금 한번만 안내도 경찰서에 출두해야 하거나, 새벽에 술을 마시거나 게임을 하다가 불심검문에 걸려 순찰차를 타야 하는 입장입니다. 법의 적용이 이렇게 권력과 돈을 얼마나 가졌느냐에 따라 다르게 적용된다면, 인정할 수 없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여러분들도 잘 아시다시피, 대구에서는 일부 학부모들이 위장전입을 시도하다 적발되자 "대통령 후보도 하는데 우리는 왜 안되느냐"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제 이런 목소리는 정당해진겁니다. 저도 앞으로 어쩌다 무단횡단을 하다가 '재수없게 걸리면', "내 행위는 대통령의 위장전입이나 위장취업에 비하면 죄도 아닌데 왜 나를 붙들고 있느냐"는 이야기를 할 생각입니다.
역대 대통령들 보세요. 이렇게 명확하게 탈세 목적의 범죄를 했다는 의혹을 받은 적은 없습니다. '이명박 당선자'는 'BBK 의혹'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고 모든 법적 책임으로부터 정당해진 양 행동했지만, 천만의 말씀입니다.
제가 정동영 후보를 지지했던 것은 아니지만, TV토론에서 "이런 사람과 같이 이 자리에 같이 앉아있을 수 없다"는 정동영 후보의 지적은 맞는 말이었습니다. 이명박 후보는 TV토론 이전에 경찰이나 검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고 처벌을 받아야 할 입장이었습니다.
인간을 돌아보지 않는 섬뜩한 사고방식
"요즘 젊은 배우들이 뜨는데 <마파도2>는 '한물 살짝 가신' 중견배우들을 모아 만든 영화다. 돈은 요즘 젊은 배우 한 사람보다 적게 들였을 것이다. 역시 벤처 아이디어다. 비싸게 젊은 배우 스카우트해 만든 영화가 아니라 시간이 남아서 누가 안 불러 주나 하고 있는, 단역으로 나올 사람들에게 배역을 하나씩 주니 얼마나 좋겠냐. 아마 공짜라도 다 나왔을 것이다."
"낙태는 기본적으로 반대이나 불가피한 경우가 있다. 가령 아이가 세상에 불구로 태어난다든지 하는 경우 용납이 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한국에서 대학교수들이 노조를 만들기 위해 국회 상임위 소위원회를 통과됐다는데 충격을 받았다. 서울시 오케스트라(노조)가 처음에는 민주노총에 가입돼 있었고 전에는 금속노조에 있었다. 아마 바이올린 줄이 금속이라서 그랬나보다."
"나처럼 애를 낳아봐야 보육을 얘기할 자격이 있고, 고3 4명(딸 3, 아들 1명)을 키워봐야 교육을 얘기할 자격이 있다."
"70, 80년대 빈둥빈둥 놀면서 혜택을 입은 사람들이 (자신을) 비난하는데, 비난할 자격이 없다"
"이런 옷 사입을 돈이 있으면 운영비를 100% 지원하지 않아도 되겠다. 돈을 내서 그런 옷을 사입을 정도면 (사회복지사들의) 월급이 많은 것 아니냐?" (서울시장 재임 시절, '복지예산 현실화'를 요구하는 글귀가 새겨진 검정색 조끼를 입은 30대 여성 사회복지사에게 했던 말)
"현지에서 오래 근무한 선배는 마사지걸들이 있는 곳을 갈 경우 가장 얼굴이 덜 예쁜 여자를 고르더라. 예쁜 여자는 이미 많은 손님들을 받았겠지만 예쁘지 않은 여자들은 자신을 선택해준 게 고마워 성심성의껏 서비스를 하게 된다."
이 발언들을 보면, '이명박 당선자'는 근본적으로 자신에 비해 약자인 경우에는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고방식을 가졌다고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장애인일 경우 언제든 죽일 수 있으며, 나이들어 한물 간 사람들은 인간적 굴욕도 감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마사지걸 발언' 파문에 있어서는 '기회의 균등'을 강조하려고 했다는 식의 해명으로 만인의 폭소를 유발한 적도 있습니다. 폭소로 끝낼 일이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인간의 존재 자체를 무시하고 경멸하는 마인드가 깔린 분이 아니라고 할 수 없습니다.
저는 이런 분을 '대통령'이라고 마음속으로 인정할 수 없는 바입니다. 최소한, 겉으로는 입에 발린 말을 하더라도 저런 말을 대놓고 해서는 안됩니다. 정치적 센스에 있어서도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으며, 반대로 '의도적인 발언이 아니기에' 본심이 나왔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분이 살리겠다는 경제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참고로 '이명박식 경제문제 해법'은 '노동시장 유연화'와 '금산분리 폐지'로 대표됩니다. 가진 자들을 위한 것입니다. 우리 경제의 결정적인 문제가 빈부격차 심화, 양극화 현상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명박 당선자가 살리겠다는 '경제'는 우리가 간절히 바라는 것과 거리가 아주 멉니다.
'BBK 의혹'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한나라당 선대위 박형준 대변인은 '광운대 동영상'에 대해 "이명박 후보의 'BBK 창업 발언'에는 '내가'라는 주어가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에 무효"라는 입장을 내세운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중죄를 저지른 범죄자들도 "내가"라는 말만 하지 않으면 '자백'은 무효가 될 것입니다. 이명박 당선자와 박형준 대변인은 그들에게 크나큰 메시지를 남긴 것입니다.
BBK 특검 절차도 남아있으며, 수사결과에 수긍하지 않는 국민들이 절반이 넘습니다. 물론 'BBK 특검'도 크게는 믿을 것이 못됩니다. '노무현-이명박 밀약설'이나 '당선자'로서 '이명박 당선자'가 가질 위상 등을 고려하면 특별검사가 제대로 선정될 가능성에도 의문이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BBK 주가조작 의혹'은 어떻게든 해소되지 않을 가능성이 더 크며, 그럴수록 이명박 당선자의 법적 정당성에도 의문을 제기할 수 밖에 없습니다.
설령, '이명박 당선자'와 검찰 발표대로 '무혐의'라 하더라도 "30대 초반 꼬마에게 사기당한 적이 있는데 무슨 경제지도자냐"는 냉소로부터 피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현대건설 이라크공사 대금 미수금 의혹'과 '현대건설 분식회계 의혹', 'T-머니 사업자 선정 의혹', '상암 DMC 특혜 의혹', 'AIG 특혜 의혹' 등, '경제지도자' 이미지에 의문을 제기할 의혹은 차고 넘칩니다.
서글픈 대선 결과, 외신의 냉소
"한나라당에서 개를 후보로 내보내도 당선될 것(conservatives could put up a dog and still win)." -로이터 통신
"한국이 낡은 스타일의 후보자와 함께 정치적 시계를 거꾸로 돌린다." -파이낸셜 타임즈, 뉴스위크 등
이게 외국에서 바라보는 우리의 모습입니다. "외국놈들이 한국인 비하한다"고 거품물을 필요 없습니다. 정확한 지적으로 보입니다.
단지 대통령 후보자라는 이유로, 수많은 범죄 의혹에 대해서도 유야무야 넘기는 것이 우리의 자화상입니다. 첨단금융사업에서 실패하고 토목경제와 가진 자들에게 몰아주기 식의 경제공약을 남발한 후보에게 "경제문제 해결"을 주문한 것이 우리의 자화상입니다. 정확한 지적입니다.
'MBC 민영화 발언'이나 '메타블로그 이명박 비하글 단속 발언' 등의 인재풀을 가진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출한 것이 우리의 자화상입니다. 자신들이 원하는 이야기를 하지 않거나, 자신들에게 반대하면 우리는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입니다. 저 역시 그렇겠죠.
이 모두가 대한민국 국민 중 다수가 선택한 것입니다. 앞으로 누구를 원망할 필요도 없으며, 해서도 안됩니다. 민주주의에서의 발언권 행사와 투표권 행사는 책임이 뒤따릅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저는 앞으로의 비극이 억울한 일면도 있습니다. 저는 이명박 후보에게 투표를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제가 권한을 행사하지 않은 것까지 책임질 가능성도 커졌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이명박 당선자'와 '이명박 대통령'을 마음 속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입니다. 앞으로의 5년간, 잘한 일에 대해서는 잘했다고는 하겠지만 잘못된 방향의 정책이나 '이명박 당선자'에서 언제 어디서 나올지 모르는 갖은 실언에 대해서도 좌시하지 않을 것입니다. 노무현 현 대통령의 실언도 집중포화를 당했으니, '이명박 당선자'의 실언에 대해서도 마땅히 집중포화를 퍼부어야 공정합니다.
저 뿐만 아니라, 그동안 이명박 후보를 지켜보면서 날카롭게 비판한 입장의 누리꾼들도 아마 술에 술 타고 물에 물 탄든 넘어가지는 않을 것으로 봅니다. 많은 유권자들이 "시끄러운게 지겨워서" 투표를 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앞으로의 5년은 어째 현재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간 못지 않을 것 같습니다. 우리가 관심의 끈을 놓치지 않아야 할 이유입니다.